
책 소개
일산, 감정, 공간, 세 가지가 버무려진 이야기
『일산 감정 가이드북』은 공간과 감정을 함께 여행하는 에세이이다. 저자는 오랜 시간 삶의 바탕이 되어준 도시 일산에서 살아가며, 사람의 마음이 특정한 공간에 이끌리는 순간들을 섬세하게 기록했다. 이 책은 단순한 지역 소개서가 아니라, 오늘의 감정에 따라 스스로를 돌보고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하나의 감정 가이드북이다.
어떤 날은 조용한 서점으로, 어떤 날은 호수공원이나 요가원으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향한다. 저자는 이러한 순간들이 단순한 취향이나 습관이 아니라, 스스로도 미처 알지 못했던 감정의 흐름에서 비롯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오늘은 이 공간에 가고 싶다”는 조용한 끌림의 순간들이 생겨났고, 그 마음을 따라 도착한 공간들은 스스로를 돌보고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작은 쉼이 되어주었다. 이 책은 바로 그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며 완성된 기록이다.
책에는 저자가 사랑하는 일산의 다섯 가지 공간이 담겨 있다. 공간마다 서로 다른 감정과 이야기, 그리고 장소가 가진 고유한 분위기를 사진과 함께 기록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일산의 장소들을 만나는 것을 넘어, 자신의 감정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일산 감정 가이드북』은 흘러가듯 스쳐가기 쉬운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고, 자신의 감정을 천천히 그리고 조용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건네는 책이다. 저자에게 일산 속 공간들이 하나의 감정 지도였던 것처럼, 이 책 또한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고요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목차
지금 당신이
느끼고 싶은 감정은 무엇인가요?
나를 마주함 | 라비브북스
유연함 | 일산호수공원
고요함 | 유토피아 요가
꾸준함 | 카페몰댄커피
사소함 | 정발산 평심루
책 속으로
- 나를 마주함 | 라비브북스 (p.26)
아픔과 상처는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그 시간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보낼 수도, 또 누군가는 스스로 충분히 곱씹고 받아들이며 보낼 수도 있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나의 예상보다 훨씬 더 길었다. 무르익고 완성되는, 혼자만의 시간이 넉넉하게 필요했다는 사실을 나는 20대 끝자락의 어느 봄에 이해할 수 있었다.
- 유연함 | 일산호수공원 (p.53)
과연 퇴사하는 게 맞을까? 퇴사하면 나는 잘 살 수 있을까? 한동안 수입이 없다는 가정하에 앞으로 몇 달을 버틸 수 있지? 퇴사하면 사람도 거의 안 만날 텐데 외롭진 않을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고민들에 정성스러운 대답을 해주는 데 나름대로 충분한 시간을 들였다. 나를 향한 질문들을 애써 무시하고 모른 척하는 것은 스스로를 더 불안하게 할 뿐이다.
- 고요함 | 유토피아 요가 (p.86)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이러다 또 분명히 우당탕탕 하는 날이 올 것이다. 엉망진창인 하루가 있을 것이다. 분노에 부들거리는 날과 툭 치면 울 것 같은 순간도 찾아올 것이다. 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 또다시 흔들리고 속상하고 불안해하고 마음 아파할 것이다. 남몰래 화도 낼 것이다. 그런 날엔 나를 위한 시간을 내어 요가원을 찾을 것이다. 조용히 들렀다 조용히 갈 것이다. 그 사이에 고요함을 얻을 것이다. 그것이 아주 조금일지라도.
- 꾸준함 | 카페몰댄커피 (p.111)
좋은데 왜 좋은지 콕 집어서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좋아하는 이유를 말하고자 할 때 ‘그냥, 좋아서’라고 대답해 버릴 수밖에 없는 것들.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닌 것이든, 사람이든. 어떤 단어보다 때로는 ‘그냥’이라는 말로 가장 많은 의미를 담아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은 듯한 말이 가장 많은 것을 표현하기도 한다.
- 사소함 | 정발산 평심루 (p.132)
오랜 옛 친구들과 만나면 어느 순간부터 각자의 관심 분야와 이야기를 꺼내는 주제가 달라졌고, 나는 그걸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회피했다. 이제는 달라진 서로의 모습을 더는 느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만나자는 말을 이런저런 핑계로 거절했다. 그렇게 점점 멀어졌다. 내가 자초한 일이었다. 친구가 되는 일보다 친구를 이어나가는 일이 훨씬 더 어렵고 정성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전에는 몰랐었다. 나는 우정을 지속해 나가는 힘이 약한 것만 같았다.
- 나가며 (p.153)
여러분은 어떤 공간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보살피시나요. 나의 감정을 마주하고 돌볼 수 있는 공간이 여러분의 주위에도 곳곳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공간들이 하나둘 쌓여가서 결국에 나를 가장 잘 품어주고 부지런히 이해해 주는 사람이 나 자신이 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저자 소개
김소은
일산에서 책 읽고 요가하는 사람. 달을 올려다보며 위안을 얻고, 이름이 주는 느낌을 믿으며, 때로는 일부러 천천히 걷는다. 작은 감정과 분위기를 오래 바라보는 마음으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느리고 고요한 것들의 힘을 믿는다.